이번 주에는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이야기를 잠시 내려두고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대신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았던 영역인 소비재 브랜드를 한번 파봤습니다. 특히 국내 일부 기업들이 여러 소비재 브랜드를 인수·통합함으로써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과, 이를 잘 한다면 큰 업사이드가 있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으로 접근해봤습니다.

물론 우리는 “브랜드 어그리게이터”라는 테마가 화려하게 실패하는 여러 사례를 봐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최근 한국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처한 상황은 많이 달라 보입니다. 구조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도 되고, 그리고 애초에 브랜드 어그리게이터와는 조금 다른 접근법을 보여준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이번에는 다를거야” 가 제일 위험한 발언이라는 것도 감내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K-브랜드 어그리게이터를 다루는 3부작 중 1편입니다.

  • Part 1: Thrasio와 다른 글로벌 어그리게이터들이 실패한 원인과 여전히 살아남은 플레이어들과의 차이점을 분석합니다.
  • Part 2: 한국의 브랜드 어그리게이터들을 심층 분석하고, 1세대 어그리게이터들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합니다.
  • Part 3: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 기회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살펴봅니다.

SUMMARY

  • 아마존 기반 브랜드 어그리게이터들은 2021년 한 해에 120억 달러 이상(대부분 차입의 형태)을 조달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것 같았지만, 대부분 허망하게 망했습니다. Thrasio는 기업가치 100억 달러 달성에서 파산 신청하며 추락했고, Perch는 9억 달러 이상을 펀딩한 뒤 Razor Group에 헐값에 매각되었습니다. Benitago 역시 3.8억 달러를 조달했지만 파산을 신청하며 끝나기도 했죠.
  • 초기 가설은 충분히 그럴듯 했습니다. 이미 검증된 아마존 셀러를 저렴하게 인수해 운영 역량을 더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마진을 개선한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단순하지만 설득력(은) 있죠.
  • 그러나 다섯 가지 구조적 실패 요인이 이들을 무너뜨렸습니다. 운영자가 아닌 딜메이커 중심 조직, 75%에 달하는 과도한 차입 구조, 코로나 당시의 높은 성장률을 전제로 한 고점 인수, 그리고 선별이 아닌 속도를 중시한 블리츠스케일 전략(Thrasio는 약 3년 만에 200개 브랜드 인수) 등이 꼽힙니다.
  • 교훈은 명확합니다. 브랜드 어그리게이션에서는 운영 역량이 축적되고, 금융 레버리지는 실수를 증폭시킵니다. 성공 사례들로부터 BM 자체는 가능성이 있지만, 자본 지출에 대한 통제와 실질적인 브랜드 구축 역량이 전제되어야만 작동합니다.

화려한 비상과 추락 — Thrasio, Perch, 그리고 처참한 잔해들

Thrasio: 화려한 몰락의 아이콘

Thrasio는 불과 2.5년 만에 4명의 창업자에서 1,600명의 직원을 보유한 회사로 약 200개의 브랜드를 운영했습니다. 이는 30개월 동안 4일에 1번 꼴로 브랜드를 추가한 셈입니다. 경영진은 이러한 운영상의 복잡성이 안정적인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임을 알지 못했거나, 무시했습니다.

2018년 설립된 Thrasio는 글로벌 어그리게이터 붐의 상징이었습니다. 총 34억 달러의 펀딩(대부분 차입의 형태)을 조달했고, 정점시기의 밸류에이션은 1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 세계에 10개의 지사를 열고 공격적인 채용을 이어갔죠. 공동 창업자 조쉬 실버스타인은 자사의 성장 궤적을 아마존과 비교하며 3년 내 매출 10억 달러 달성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인수 속도가 빨라지면서 운영은 무너졌습니다. 그 붕괴는 치명적이었습니다. 공동 창업자 존 헤프터의 인터뷰에 따르면, 회사는 엄청난 주문 실수와 재고관리 실패를 범했습니다. 테스트로 생성한 주문건이 거의 모든 포트폴리오에서 실제 주문으로 처리된 사례도 있었죠. 분기에 50개 팔리는 상품을 10,000개 주문하면, 당연히 대부분은 악성재고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오류로 인한 재고 자산 상각 비용만 수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재고 문제는 증상일 뿐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인수 속도가 운영 역량을 훨씬 앞질렀다는 점입니다. 2022년 5월 Thrasio는 직원의 약 20%를 해고했습니다. 비상장 유통시장에서 기업 가치는 100억 달러에서 10억 달러 수준으로 폭락했습니다. 결국 2024년 2월, Thrasio는 약 5억 달러의 부채를 구조조정하며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나중에 공동 창업자 존 헤프터는 성장 목표를 맞추기 위해 소위 "중국산 쓰레기 저품질 브랜드” 에 EBITDA 6~7배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지불하고 인수했다며 뼈아픈 실책을 인정하기도 했죠.

퍼치(Perch): 소프트뱅크의 잘못된 베팅

2019년 설립된 Perch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II가 주도한 7억 7,500만 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를 기록했습니다. 총 조달 금액은 9억 달러를 넘어섰고 70개 이상의 브랜드를 인수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참여는 브랜드 어그리게이터 사업이 니치한 영역에 대한 투기적인 투자가 아님을 시사합니다. 소프트뱅크는 진지했죠. 알리바바와 우버 등 명망있는 기업들에 투자를 했던 세계 최대 테크 투자자의 지원을 받았기에, 이 가설은 당연히 현실화 될 것으로 다들 믿었습니다. 망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2023년까지 주요 채권 투자자인 빅토리 파크 캐피털(Victory Park Capital)은 Perch의 지분을 매각하려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2024년 3월, Perch는 결국 독일의 다른 어그리게이터 사업자인 레이저 그룹(Razor Group)에 모든 주식을 넘기는 조건(금액 미공개)으로 매각되었습니다. 사실상 헐값 매각(Fire sale)이었죠. 소프트뱅크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Razor Group과 Perch가 발표한 인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퍼치가 근본적으로는 견실한 기업이라고 주장하긴 합니다. 합병 시점에 Perch는 이미 현금흐름 양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대한 부채 조달이 결국 이번 헐값 매각을 초래한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어그리게이터 업계 전반의 붕괴

Thrasio와 Perch는 특이 케이스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업계 전반에 걸친 붕괴 속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례들일 뿐입니다.

3억 8,000만 달러의 누적 펀딩을 기록한 Benitago 역시 2023년 8월,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지나치게 짧은 기간 동안 벌어진 과도한 확장'의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합니다. 시장 고점에서 자산을 과도하게 매입했고, 금리가 급등하면서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무너진 것입니다.

결국 Perch를 인수한 독일의 어그리게이터 Razor Group은 Factory 14, Valoreo, Stryze, 그리고 Perch의 부실 자산들을 흡수하며 '최후의 생존자' (Last man standing)가 었지만 Razor의 생존 과정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Kettlebell Kings와 Tribe WOD를 포함한 피인수 브랜드 창업자들은 Razor가 대금 지급을 회피하고 자신들의 사업을 망가뜨렸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순탄한 길을 걷고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자금 조달 환경은 급격히 팽창했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2021년 12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던 어그리게이터 업계는 2022년, 동기대비 88% 감소한 7억 2,800만 달러를 유치하는 데 그치며 머니게임이 끝났음을 보여줬죠. 2023년 상반기에 이르러서는 조달 금액이 6,800만 달러까지 떨어지며 VC시장에서 어그리게이터 사업은 “망한 섹터”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시장 상황까지 악화되었습니다. 아마존이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판매자 수수료를 30% 이상 인상하면서, 어그리게이터들이 막대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현금 흐름이 절실했던 시점에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되었습니다. Marketplace Pulse는 "많은 어그리게이터들이 브랜드를 인수하고도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했으며, 심지어 기존 매출 규모를 유지하는 데조차 실패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특정 기업의 불운이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BM 자체가 통째로 무너진 시스템적 실패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몰락을 불러온 5가지 실패 패턴

수많은 어그리게이터의 실패 사례를 분석한 결과, 공통적인 5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사후적인 해석이 아니라, 초기 모델부터 내재해 있던 구조적 결함이었습니다.

패턴 1: 운영 전문가가 아닌 딜메이커 중심의 경영

사모펀드가 식당 체인을 인수하면서 경영진을 외식업 전문가가 아닌 M&A 뱅커로 채운 것과 같습니다. 자산을 살 수는 있지만, 창업자보다 일상적인 비즈니스를 더 잘 운영하지 못한다면 브랜드는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이커머스 전문 금융 솔루션 제공자 Wayflyer에 의하면 대부분의 어그리게이터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이커머스 오퍼레이터라기보다 딜메이커에 가까웠습니다. 재고 관리, 광고 최적화, 알고리즘 대응 등 이커머스 운영에 필요한 구체적인 전문 지식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브랜드 어그리게이터 사업은 이커머스 운영에 있어서의 탁월한 역량을 요구합니다. 재고 관리, 광고 최적화, 플랫폼 알고리즘 대응, 공급업체 협상, 고객 리뷰 관리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역량은 경험이 쌓일수록 강화되는 구체적이고 학습 가능한 기술들입니다. 반면, 재무 공학적 기술은 이러한 운영 영역으로 전이되지 않습니다. 어그리게이터들은 포트폴리오 내 브랜드를 수십 개로 확장했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적 지식이 부족했습니다.

패턴 2: 금리 인상기 속 과도한 레버리지

2021년 당시 조달된 자금의 약 75%가 부채의 형태였다고 합니다. 제로 금리 시대에는 현금 대신 저리로 돈을 빌려 인수를 진행하는 것이 천재적인 전략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인상되자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브랜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채무에 걸려 있는 약관(Covenant)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 모델은 저금리 환경에서만 유효한 시한폭탄과 같았습니다.

특히 Thrasio의 경우 브랜드 단위로 보면 분명 수익성이 있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회사 전체로 보면 계속 적자인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레버리지를 많이 끼는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 어려웠겠죠. 속도만 중시하다 보니 말도 안되는 레버리지를 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패턴 3: 코로나 특수시기의 고성장을 가정한 과도한 밸류에이션

인수 멀티플은 어그리게이터들이 등장하던 초기의 EBITDA 멀티플인 2배에서 6~7배까지 치솟았습니다. 코로나 봉쇄 기간 중 봤던 30~40% 이커머스 시장 성장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인수가 이루어졌습니다.

추측하건데 아마 팬데믹 중의 성장세가 유지된다는 가정이 인수 구조에 포함되어 있었을겁니다. 그러니까 레버리지를 오늘 엄청나게 사용해도 문제가 없었고, 투자자들도 동일한 생각이었겠죠. 그러니까 팬데믹 이후 성장세가 5~10%로 정상화되자 인수 구조는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커머스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주춤하면 당연히 그들이 받던 높은 EBITDA 멀티플도 하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30%) 그 순간 어그리게이터들의 지분 가치는 바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을거고, 이는 자본잠식으로 이어졌겠죠.

패턴 4: 선별보다 속도에 치중한 '블리츠스케일링'

30개월 동안 4일에 1번씩 브랜드를 인수할 때, 사후 관리나 통합 계획은 뒷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수 속도 자체가 성공의 지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성장에 대한 압박은 부실한 실사(Due diligence)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가치 없는 브랜드들을 높은 가격에 사들이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존 헤프터가 얘기하길 쓰라시오는 성장 타겟을 달성하기 위해서 "중국산 쓰레기 저품질 브랜드"를 높은 멀티플을 주고 인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성장을 요구하는 VC 투자를 받은 상태에서 시장과 개별 브랜드의 성장세가 따라가지 못하고, 그리고 자본은 많이 보유했으니 인수가 거의 유일한 해법이었겠죠.

반면 지금도 살아있는 인도의 BRND.ME(당시 Mensa Brands)의 경우에는 검토한 인수 건의 1%만 인수했다고 하고, 이후 브랜드들은 평균적으로 5~6배 성장시켰다고 합니다. 돌아보면 전문적인 경영과 운영을 통해 성장을 한다는 가장 중요한 것을 현실화 시킨 경우가 아닐까 싶네요. Thrasio는 여러 이유로 인해 반대 노선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

패턴 5: 특정 플랫폼(아마존)에 대한 절대적 의존

실패한 어그리게이터들은 매출의 70~100%를 아마존에 의존하면서도 고객 데이터, 가격 결정권, 수수료 협상권 중 어느 하나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이는 남의 땅에서 장사하면서 임대료와 손님 유입을 전적으로 건물주에게 맡긴 것과 같습니다. 아마존의 정책 변화나 알고리즘 변경 한 번에 브랜드의 운명이 결정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 의존성의 위험도를 보여주는 사실은 2020~2022년 사이 아마존이 판매자 수수료를 30% 이상 인상했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브랜드들을 빠르게 인수하기 위해서 FBA (아마존이 직접 물류까지 운영해주는) 업체들을 위주로 검토했고, 이들의 실사 역시 타 채널 판매량을 무시한 체 아마존 대시보드만 검토했기 때문에 모델의 치명적 단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유니콘 스케일의 사업을 타 플랫폼 위에서, 협상력 없이 전개한다는 모델에게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지만, 헷징도 되지 않는 리스크였습니다. 현재 생존하는 업체들은 이를 이해하지 않았을까요. 망한 회사들은 몰랐거나, 아니면 알았어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결론 및 시사점: 한국의 기회

예전만큼 언론의 관심을 받지는 못하지만 많은 어그리게이터들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Essor(Branded 와 Heyday의 합병법인), 그리고 인도의 BRND.ME는 아직도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수를 통해서 유니콘이 되고 잭팟을 터트리는 꿈은 허상 그 자체라는 점을 시장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옐로모바일 사례도 시사점이 다르지 않죠) 그들은 운영 역량과 브랜드 자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했습니다. 이커머스는 매우 빠르고 경쟁적입니다.

위 사례들로 살펴보면, 총 5개의 교훈이 보입니다.

  1. 운영 전문성 > 재무 공학 — 이 모델은 금융 자산이 아니라 '운영되는 사업체'를 사는 것입니다. 재고, 광고, 공급망을 창업자보다 더 잘 관리할 수 없다면, 그저 고정비만 지출하는 지주회사에 불과합니다.
  2. 성장 속도보다 재무 건전성이 중요 —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부채는 리스크를 증폭시킵니다. 낮은 기업 가치로 적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상황이 악화되었을 때 선택의 폭을 넓혀줍니다.
  3. 규모보다는 선별 — 5배 성장하는 10개 브랜드는 성장이 정체된 100개의 브랜드보다 가치가 큽니다. 200개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가졌던 Thrasio는 그 반대의 포지션을 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4. 멀티채널을 통한 플랫폼 의존도 헷징 — 단일 플랫폼에 집중하는 것은 구조적 취약성을 의미합니다. 아마존이 수수료 정책이나 알고리즘을 변경했을 때, 아마존에 100% 노출된 어그리게이터들에게는 대안이 없었습니다. 멀티채널 구축은 협상력을 높이고 플랫폼 리스크를 방어해 줍니다.
  5. 인수 후 가치 창출이 유일하게 중요한 지표 — 브랜드를 창업자보다 더 잘 키워낼 수 없다면, 그것은 어그리게이터가 아니라 관리 수수료를 챙기는 사모펀드일 뿐입니다. Value Proposition의 핵심은 '운영 개선'에 있습니다. 이것 없이는 모델 자체가 무너집니다.

특히 1번과 5번은 이 모델 전체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2번의 경우에는 매크로 시장 상황에 따라서 다를 것 같아서 아주 강하게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항상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패턴들은 매우 명백하고 단순합니다. 재무적인 관점에서 이는 순수한 차익 거래(Arbitrage) 전략이었습니다. 시장이 이 기회를 알아차린 순간, 차익 거래의 기회는 사라졌습니다. 운영 측면에서 보면, 1세대 어그리게이터들은 운영 역량과 브랜드 자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했습니다. 이커머스는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브랜드 자산을 유지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며, 고객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경쟁사(심지어 때로는 공급업체까지도!)가 내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막는 일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결국 실패했습니다. 그때는 말이죠.

한국에서는 이번에 다를 수 있을까요? 다양한 커머스 플랫폼, 다양한 트래픽 접점, 매월 수십개 새로운 인디 브랜드가 쏟아지고, K-컬처를 통한 수출 잠재력이 내재된 이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의 시장에 위 원칙들을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2부에서는 한국의 브랜드 어그리게이터 생태계를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부스터즈(Boosters), 넥스트챕터(NextChapter), 홀섬(Wholesum)과 같은 한국의 플레이어들은 미국 모델의 잔해 위에서, 미국 기업들이 갖지 못했던 구조적 이점을 활용해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스터즈는 영업이익률 17.6%를 달성했고, 넥스트챕터는 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AI 기반 운영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미 어느정도의 단단한 사업을 만든 이들이 정말 글로벌로 나가고, 제대로 성장할 수만 있다면, 어쩌면 소비재에서 우리나라도 강력한 브랜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K-브랜드 어그리게이터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1/3)

한때 미국을 휩쓸었던 쓰라시오(Thrasio)나 퍼치(Perch)같은 브랜드 어그리게이터들의 투자가설은 수십조의 투자를 받고도 대부분 실패했었는데요, 한국에서도 유의미한 브랜드 어그리게이터 사업자들이 눈에 띕니다. 이번에는 다를수 있을까요?